“진국!”
한국에 잠시 머무는 동안 TV에서 수많은 홈쇼핑 광고들을 보았습니다.
“괜찮다!” 싶은 제품 광고를 보다가 쇼 호스트가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라고 하면서 시계 소리가 들리면, 그 때부터 왠지 마음이 바빠집니다. 다행히도 저와 아내는 그 많은 유혹들을 알뜰히(^^) 물리치고 왔습니다.
그 가운데 주문까지는 했는데 지불하지 않아서 다행(?)히도 사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바로 ‘만능 육수’입니다.
사실, 한국 음식을 하면서 그 바탕이 되는 ‘육수’라는 것은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만능 육수’는 끓는 물에 넣기만 하면 오랜 시간의 정성을 들이지 않아도 그 맛이 난다는 것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미 비슷하거나 다양한 육수 제품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한국 TV 프로그램에서 음식을 간단하게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자상하게 잘 알려주는 ㅂ선생이라는 분이 뜨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음식 만드는 일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간편하게 여러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참 좋은 일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간편 음식이 몇 대를 이어오는 음식과 비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랜 시간, 불 옆에서 불을 조절해가면서 정성을 들인 음식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요즘은 ‘스피드 시대’입니다. 뭐든지 빨라야 하지요. 물론 빠른 것이 좋습니다.
인터넷 스피드도 빠르고, 빠른 교통수단으로 원하는 곳에 쉽고 빠르게 도착하고...
그렇다고 모든 것이, 빠르다고 좋은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인디언들에 관한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갑자기 말을 세우고 말에서 내려 달려온 방향을 한 참을 바라보며 기다린다고 합니다. 그것은 자신의 영혼이 따라올 수 있도록 기다리는 행동이라고 합니다. 물론 미신적인 행동이지만,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있습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의 속도는 우리 마음과 영혼의 속도보다 더 빠른 것 같습니다. 마음과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빠르게 살아가니, 끊임없이 마음과 영혼이 피로하고 지칠 뿐입니다. 단기간에 원하는 성과를 내려고만 하면서, 아주 먼 미래를 바라보며, 과거와 오늘이 숙성될 시간을 참아내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은 우리를 힘들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잠시 우리를 멈춰 서게도 하였습니다. 인디언의 미신처럼 ‘영혼이 다가올 시간’을 우리에게 준 것이라고까지 말할 수 없지만, 내 삶의 시간을 천천히 돌아볼 수 있는 기회는 주었던 것 같습니다.
바쁘게 살다보니,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무엇이든 빨리 이루려는 마음으로 살다보니, 진정 이루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잃어버린 시대입니다.
진짜 좋은 육수는 오랜 시간 깊이 우려낸 육수입니다. 마음과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가지고 계십니까?
우리의 삶이 인스턴트 육수가 아닌, 영적인 진국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