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준비하며 (12.01.2019)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9-11-30 09:59
조회
1591
겨울을 준비하며

올 해 초, 은퇴하신 선배 목사님께서 제가 졸업한 신학대학교에 책을 기증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40년이 넘는 목회 기간 중 읽으셨던 책들인데, 그 양이 얼마나 많던지 옮기는데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하더군요. 그 목사님을 우연치 않게 지난 휴가기간 중에 모교 교정에서 뵐 수 있었습니다.
목사님께서 대화 중에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안목사님, 이제 매 주 설교가 없으니, 참 마음이 홀가분해요. 주일이 지나면 수요일 준비로, 수요일이 지나면 또 주일 준비로, 매일 매일 새벽예배 준비는 또 그 나름대로 소홀하지 않게... 그렇게 행여 내가 먹이는 영의 양식이 부족하지 않을까, 성도들이 영적 영양실조라도 걸리지 않을까, 두렵고 떨림으로 수많은 책들과 씨름하며 설교준비를 했지요. 교수들과 선생들은 긴 방학에 연구하고 책 읽을 시간도 있지만 우리는 그러지 못하잖아요. 돌이켜보니 설교 한 편, 한 편이 하나님의 은혜였네요. 그런데 이제 설교 할 일이 없어요. 홀가분하기도 하지만 서운하기도 하답니다. 내가 여태까지 읽은 이 책들이 이제 다른 누군가의 영적 재료가 되기를 바랄뿐이지요. 나는 이제 인생의 겨울을 준비해야 해요. 가벼워져야지요...!”
목사님의 말씀 가운데, 걸어오신 목회의 지난 시간들이 피부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한 말씀, 한 말씀에 깊은 공감을 느꼈습니다. .
대화를 마치고 교정을 나오는 길에 낙엽을 떨어뜨리고 있는 수많은 나무들이 보였습니다. 낙엽은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자신의 잎을 떨어뜨려야 하지요.
자신의 일부였지만, 그러나 그 모든 잎을 달고 겨울을 날 수 없습니다.
아프지만, 잎을 떨어뜨리고 그 추위를 견뎌야 봄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겨울을 나는 지혜이고, 봄을 맞이할 수 있는 지혜입니다.
인생의 겨울을 맞이하기 전, 인생의 가을이 지나갈 때, 우리도 삶에 잎사귀를 떨어뜨려야 할 때가 오겠지요. 삶의 잎이 떨어지면, 앙상한 가지로 볼품없어 보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겨울을 맞이하는 사람이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것이지요.
삶의 지혜는 ‘채움’ 뿐만 아니라 ‘비움’에서도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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